회담 전날까지 한국 초청 안 해
1953년 이후 6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끝낼 계기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마련될 수 있을까.
정전체제의 종식, 즉 종전(終戰) 카드는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화두로 부상한 상태다. 이후 미측이 협상 목표인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견인하기 위해 반대급부로 종전선언 카드를 북한에 제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기대감은 더 커졌다.
그러나 회담 전날까지 북미가 문재인 대통령을 싱가포르로 초청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전쟁 당사자인 한국이 포함된 종전선언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청와대도 회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합의 서명’ 언급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로서의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게 일단 청와대 측 판단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는 먼저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거나 추진한다는 표현 수준의 ‘종전 합의’가 이뤄진 뒤 남ㆍ북ㆍ미 간 논의를 거쳐 종전선언이 도출되고, 그 다음 종국적으로 남ㆍ북ㆍ미ㆍ중 4자 서명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예를 들어 4ㆍ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통해 약속된 ‘남북의 종전선언 연내 추진’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시키거나 북미 양자가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전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추가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이번에 불발되더라도 종전선언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종전선언이 미뤄진다면 상징성을 감안할 때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이나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 말이 개연성 있는 시점이다. 다만 7월도 막상 추진하려면 시간이 촉박한 데다 11월 미 중간선거 일정을 맞춰 극적 효과를 높이려면 9월 말쯤 추진하는 방안이 더 그럴싸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싱가포르=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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