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0여명의 변호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변호사들의 시국선언은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의혹이 불거지고 2주가 넘도록 법원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법조 3륜(판사 검사 변호사)의 한 축인 변호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모임을 결성하고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공개 문건 전면 공개 ▦각 문건 작성자, 작성 경위, 보고 및 실행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ㆍ징계ㆍ탄핵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라며 “결코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면 법원뿐 아니라 변호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조계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사표까지 제출했던 이탄희 판사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도 발언에 나서 “적극적 조치 없이는 사법부의 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며 “법조인의 한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이상의 셀프 조사는 의미가 없다”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해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기소해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선언엔 2,015명(11일 오전 9시 기준)의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14개 지방변호사회 가운데 9개 회장이 선언에 참여해 2년 전 국정농단 사태(6개) 당시 시국선언보다 더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변호사들은 집회가 끝난 후 대법원 정문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변호사 2,000여명의 연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대법원 민원실에 전달했다.
단식농성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4시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철야 단식농성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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