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금융 시장에 가장 중요한 한 주가 시작됐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 미국, 유로존, 일본 등 빅3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도 모두 이번 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빅3 회의에서 선진국 긴축이 본격화하는 신호가 나올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신흥국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밖에 없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글로벌 금융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7원 낮은 1,075.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8.57포인트(0.76%) 오른 2,470.15로 끝났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에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졌지만 결국 최근의 1,070~1,080원대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통상 지정학적 위험(리스크) 해소는 원화 강세 요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전까지 북한을 압박하고, 여전히 양국간 의견차가 큰 것으로 전해지며 기대감은 상쇄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빅딜’ 보다는 단계적 협의에 이를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며 시장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국제 금융 시장의 판을 뒤흔들 ‘대형 이벤트’는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12~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미국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관심은 금리인상 여부보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말이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한 마디에 신흥국의 불안은 더 커질 수도, 다소 수그러들 수도 있다. 올해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점도표도 주목된다. 점도표란 연준 의원들의 금리 인상에 대한 의견을 점으로 표시해 정리한 것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연준이 물가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올해 점도표 상향 조정은 6월보다 9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엔 양적완화(QEㆍ돈을 풀어 경기 부양) 종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지를 살펴봐야 한다. 매달 300억 유로 규모의 회원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유로존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ECB가 양적완화를 중단할 경우, 유로존 경기는 경색되고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은 더 빨라질 수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스케줄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예상보다 논의가 빠르게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15일에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의 최종 목록도 공개한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의 조치 발표시 그간 미국 협상단에 제시한 대규모 미국 제품 구매계획의 취소와 함께 대등한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증시와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긴장해야 하는 한 주”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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