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야간비행’(2014) ‘후회하지 않아’(2006) 등을 연출한 이송희일(47) 감독이 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개막한 제23회 인디포럼 영화제에 단편 연출작으로 초청된 A 감독은 10일 페이스북 독립영화당 계정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이송희일 감독의 성희롱 발언을 폭로하고 이송희일 감독과 인디포럼 영화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A 감독은 “7일 개막식 이후 8일 새벽 이송희일 감독과 이송희일 감독의 팬이라고 자청하는 여성 세 분과 함께 2차 술자리에 참석하게 됐다”며 “그 자리에서 저와 동행 PD는 이송희일 감독과 세 여성분의 적극적인 동조 아래 이송희일 감독에게 온갖 성적 추행과 성적 대상화에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A 감독은 “이송희일 감독이 동석한 여성에게 (A 감독과 PD를 가리키며) ‘둘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냐, 골라서 데려가라’라고 발언하고, ‘난 너희 같은 마초 스타일이 좋다’ ‘맛있어 보인다’라는 발언을 했다”며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분노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밝혔다.
A 감독은 8일 인디포럼 의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이송희일 감독 및 동석자들의 공개 사과와 인디포럼의 성명 발표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A 감독은 인디포럼 측을 만난 이후 성희롱 가해 의혹 당사자인 이송희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다면서 이송희일 감독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를 함께 공개했다. A 감독에 따르면 이송희일 감독은 ‘두 분이 게이라고 생각하곤 농담을 한다는 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으나, A 감독의 공개 사과 요구에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A 감독은 “신고 정보가 어떻게 누설된 걸까 하는 의문에 인디포럼에 조사를 요청했고 내부 직원이 이송희일 감독에게 정보를 귀띔했다는 것에 대해 사과 받았다”며 “이송희일 감독이 인디포럼 전 의장이자 현 공식 작가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인디포럼 자체 내부 조사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 감독은 “최근 연이은 성추행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인디포럼 영화제 측과 이송희일 감독 및 동석자 분들의 공개 사과와 공식 성명 발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A 감독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인디포럼 측에 수 차례 연락했으나 11일 오후 현재 인디포럼 측은 외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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