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 자격으로 홈쇼핑업체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법정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태업) 심리로 열린 뇌물 사건 첫 공판에서 전 전 수석은 “정무수석으로서 정부를 돕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황당함으로 여기까지 왔다”라며 “결백함이 입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 변호인은 “누구에게도 부정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보좌관으로부터 관련 언급을 들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유화한 사실도 결코 없다”며 “회장직을 수락한 것은 e스포츠 대중화와 국제화에 남다른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전 전 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는 “이런 사건이 죄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런 게 혹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느라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비서관 역시 “공식 절차에 따라 합리적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전 수석은 2013년 GS홈쇼핑 측으로부터 대표이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된 것을 철회하는 대가로 1억5,000만원을, KT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각각 e스포츠협회에 기부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홈쇼핑에서 방송 재승인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기부 받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압박해 협회에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게 한 혐의(직권남용), 의원실 허위 급여 지급으로 1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받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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