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전략, 전술을 세우는 과정은 ‘파악-대응-리허설’의 3단계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의 첫 상대인 스웨덴(한국시간 18일 오후 9시)은 유럽예선 12경기와 평가전 4번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4(수비)-4(미드필드)-2(공격) 포메이션이 바뀌지 않았다. 경기에 뛴 선수도 15명 안팎으로 고정돼 있다. 신태용(49) 감독은 스웨덴 ‘파악’은 일찌감치 끝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이 월드컵 사전 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모든 전술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고 평가전에서도 연막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대응’과 ‘리허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스웨덴전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스리백과 포백은 뭐가 다른가. 스리백에는 3-5-2와 3-4-3이 있다는데 이건 또 뭔가. 평소 축구를 즐기지 않았던 이들도 월드컵이 다가오면 궁금해진다. 축구 팬들도 알쏭달쏭할 때가 있다. 전문가 3명에게 물어 각 포메이션의 장단점을 알기 쉽게 분석하고 스웨덴전 공략법을 살펴봤다. 결전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신태용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문가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쉽게 말해 스리백은 중앙 수비수가 3명, 포백은 2명이다. 포백의 좌우 풀백 2명은 공수를 끊임없이 오가는 역할이라 전문수비수라 할 수 없다. 수비수 숫자를 보면 스리백이 포백보다 더 수비 지향적인 포메이션이다.
스웨덴이 4-4-2, 즉 투톱을 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한국은 스리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숫자 싸움이다. 그라운드의 어느 구역에서 다툼을 벌일 때 아군 숫자가 많으면 당연히 유리하다. 상대가 투톱인데 우리는 포백이면 공격과 수비 숫자가 같고 스리백이면 1명 더 많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실점 확률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스리백에도 3-5-2(투톱)와 3-4-3(원톱 또는 스리톱)이 있다.
스웨덴전은 3-5-2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한국대표팀의 주전 투톱은 손흥민-황희찬이다. 그러나 지난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처럼 김신욱-황희찬이 깜짝 가동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손흥민은 투톱 아래 지역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를 수행한다. 3-4-1-2 형태가 되는 것이다. 김신욱이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며 버텨주는 공간으로 황희찬이 침투하고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깨는 플레이를 신 감독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3-5-2(또는 3-4-1-2)에서는 측면 미드필더(좌우 윙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측면 윙백이 활발하게 공수를 넘나들면 상대 좌우 풀백의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 여기서부터 작은 균열이 만들어지면 스웨덴 수비를 무너뜨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영표(KBS 해설위원)나 차두리(대표팀 코치) 은퇴 후 이런 임무를 수행할만한 수준급 좌우 윙백이 현재 대표팀에 없다는 것. 3-5-2가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이 포메이션으로 좋은 경기를 한 적도 없다. ‘3-5-2는 불안하다’는 심리가 선수들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 부딪히는데 마음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 감독이 지금까지 완성도를 얼마나 높였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축구가 언제까지 수비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신 감독도 원톱이 아닌 투톱에 애착을 보인다. 수비와 미드필더 숫자만 늘리는 수세적인 축구를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나름의 신념이다. 이 질문에 한 전문가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이 수비 축구를 안 해도 될 정도로 강해질 때까지는 수비 축구를 해야 한다.”
스웨덴전은 득점보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신 감독도 자신의 철학을 잠시 양보하고 원톱(스리톱)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스리백 수비로 상대 투톱을 막고 최전방 3명 중 좌우 측면 날개가 상대 좌우 풀백을 전방에서부터 압박해 우리 진영으로 아예 넘어오지 못하도록 묶는, 철저히 수비에 방점을 둔 전략이다. 보스니아전에서 위기의 장면 중 상당수가 상대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에서 비롯됐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 할 것이냐(투톱), 상대가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막는데 중점을 둘 것이냐(원톱)의 차이인데 선택은 신 감독 몫이다.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한국은 신 감독 부임 후 4-4-2 포메이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 중앙수비 김민재와 측면 미드필더 권창훈의 연이은 부상 낙마로 예전처럼 짜임새 있는 4-4-2는 힘들다. 이 경우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 라인 바로 앞까지 내려와 중앙수비 2명을 도와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포메이션은 4-1-3-2 혹은 4-1-4-1 형태가 된다.
레오강(오스트리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