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겠다. 포커게임의 목적이 뭘까. 전문 도박꾼이야 오로지 돈을 따기 위해 포커 판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반인은 긴장감 넘치는 포커게임 자체의 짜릿한 맛이 우선이다. 판돈이 커질수록 긴장감은 올라간다. 돈까지 딴다면 즐거움이 배가 되지만 대개 베팅 한도가 설정되고 딴 돈의 절반 이상은 돌려주는 게 포커 판의 미덕이다. 게임을 잘한다는 칭찬 정도면 충분하다.
▦ 감미로운 사랑 노래로 착각하기 쉬운 스팅의 ‘내 마음의 모양’(Shape of my Heart)은 포커게임 목적에 관한 노래다. 뤽 베송 감독의 1994년 영화 ‘레옹’에 실렸던 이 노래 가사를 보면 게임의 목적은 돈을 따려는 것도, 존경심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엉뚱하게도 기하학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이고, 클로버는 전쟁 병기, 다이아몬드는 돈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원하는 하트(마음) 모양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팅은 앨범 홍보 인터뷰에서 “운이나 기회에 있어서 신비한 논리적 구조, 과학적이고 종교적인 법칙 같은 것을 밝혀내려는 도박사의 이야기”라고 했다.
▦ 세기의 포커게임이라는 북미 핵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은 뭘까. 혹시 오로지 게임 자체를 즐기려는 것은 아닐까. 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비핵화’라는 판돈을 놓고 종전선언, 체제보장 등의 칩을 주고받으며 풀베팅을 한다. 공교롭게 영어 ‘trump’는 카드에서 으뜸패, 비장의 수를 뜻한다. 미국이 가진 칩은 북한보다 훨씬 많다. 포커 판에서는 주머니가 든든한 쪽이 유리하다. 상대방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지를 계산해 판돈을 조절하며 승부를 유리하게 몰 수 있기 때문이다.
▦ 12일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만만치 않은 승부사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회담 취소에 이은 재개 선언 등 양측은 ‘밀당’을 충분히 해온 터다. 게임의 윤곽도 나와 있다. 게임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세계 평화가 좌지우지될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충실했으나 게임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초조한 것이 우리다. 잘되면 ‘통일 대박’을 꿈꾸겠지만 자칫 ‘카드로 만든 집’(house of cards), 즉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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