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에서만 11번 우승, 이미 클레이코트에서 이룰 건 다 이룬 라파엘 나달(32ㆍ랭킹 1위 스페인)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았다. 나달은 “7~8년 전 누가 나에게 ‘당신이 2018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겠지만, 지금 그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나달이 클레이코트 지배를 이어갔다. 그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펼쳐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차세대 흙신’ 도미니크 팀(25ㆍ7위ㆍ오스트리아)을 3-0(6-4 6-3 6-2)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우승으로 단일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수립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11번째 트로피를 수집했다. 나달은 또한 메이저 대회 17승을 쌓아, 로저 페더러(37ㆍ2위ㆍ스위스)의 20승 기록에 바짝 다가갔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은 천하무적이다. 결승전에 11번 올라서 전승을 거뒀다. 통산 프랑스오픈에서 88번 경기에 나서 단 2패만을 기록했다. 승률로 따지면 97.7%다. 2005년 이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그는 14년간 11번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 1세트를 빼앗기는 바람에 대회 연속 세트 승리 기록이 37에서 멈춘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팀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에게 3승을 거뒀다. 지난달 마드리드 오픈에서 그를 만나 패배를 안겨 최근 전적도 좋았다. 최근 2년 동안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을 이긴 건 그가 유일하다. 때문에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팀과 나달이 결승에서 만날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전 “나달을 깨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공언한 그는 강력한 포핸드를 무기로 구석을 노리며 나달을 코트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궁지에 몰린 건 자신이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범실을 42개나 쏟아냈고 위너샷은 34개에 불과했다.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 올라 처참하게 무너진 팀은 “역시 나달은 집에서 TV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같은 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진심으로 기쁠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회 후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한참을 뜸을 들인 나달은 “글쎄, 아마도 제 생각도 질문자의 생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직접 말로 하고 싶진 않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어 “하지만 특정 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하는 것은 매우 특별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열심히 훈련하지만 나에게 운이 더 있었다”며 몸을 낮췄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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