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이례적 김정은 동선 예고
보도 내용에도 낙관 분위기 반영
김정은 조기 출국설도 긍정 신호
北美 실무팀, 막판까지 의제 조율
12일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11일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저녁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회담 전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베리 굿(very goodㆍ매우 좋다)”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막판까지 협상 의제를 놓고 벌어질 북미 간 조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평양에서 출발했고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동선을 예고성으로 보도한 건 이례적이다. 해외 체류 일정이라는 점에서 더 의외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최근 두 차례 방중 사실은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귀환한 뒤 보도됐고,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는 회담 당일 오전 예고성 보도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판문점을 해외로 보기 어렵고 당일치기였다는 점에서 이번과 상황이 다르다.
이는 ‘평양을 며칠 비워도 문제 없다’는 김 위원장의 자신감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낼 거라는 북한 내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보도 내용에서도 기대감이 드러난다. 중앙통신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김정은 위원장을 배웅하며 “조미 두 나라 사이의 첫 수뇌 상봉과 회담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시고 부디 안녕히 돌아오시기를 충심으로 축원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북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라고 언급하는 등 정상회담 핵심 의제를 공개하기도 했다.
낙관론을 지지하는 정황도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조미(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김 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3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한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5시간 만에 종료하고 싱가포르를 떠나는 셈이 된다. 회담을 오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양측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각각 이끄는 북미 실무협상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싱가포르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막판 의제 조율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싱가포르=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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