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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서도… 법원행정처와 거래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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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서도… 법원행정처와 거래 정황

입력
2018.06.1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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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국법관회의 결과에 주목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디지털 증거 인정과 관련해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판결을 낸 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이에 맞춰 법원행정처가 돌연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조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청와대와 사법부간에 재판 등 거래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증거 능력 인정’ 문제와 관련해 상호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한국일보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청와대는 ‘법원의 디지털증거 인정요건 엄격화에 적극 대비’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디지털 증거 인정 기준 완화 대책을 추진했다. 문건은 “보수 성향의 ‘건전’ 법조인들이 ‘민변이 수사ㆍ재판시 형사절차를 문제 삼아 무죄를 이끌어 냈던 점을 감안, 디지털증거 쟁점화에 면밀 대처해야 한다’면서 유관 기관 협조 및 디지털증거 증거능력 법리 보강 등 대응 역량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실상 사법부나 입법부 협조를 대책 중 하나로 요구하는 이 문건은 디지털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난 2015년 7월16일 직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범죄혐의자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시 범죄혐의 정보만 선별해야 하며, 압수수색 및 디지털 포렌식 전 과정에 피의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문건은 이 판결 이후 수사 기관들은 공안ㆍ형사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가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되고 인정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어 고충이 있는 반면,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 효력을 차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 한 달 뒤인 2015년 8월20일, 판결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 정비 및 증거능력 인정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법무부와의 협상카드 중 하나로 제시한 점이다. 법원행정처의 이 방안은 ‘VIP(대통령)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문건에 법무부와의 협상카드 중 하나로 제시돼 있으며, ‘전자정보 압수수색 전원합의체 판결로 검찰의 위기감이 극대화되고 있어, 전자정보에 대한 효율적 압수수색 절차를 마련하고,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놓거나 ‘반(反)테러법’과 같은 공안 사건에 증거의 성립 진정 인정 관련 특례를 인정하는 입법에 협조할 여지가 있다’고 적었다.

법원행정처 문건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하고 보름 뒤 작성됐다. 이에 따라 양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과 함께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던 디지털증거 증거능력 문제가 독대 테이블 의제 중 하나로 올랐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두 사람의 독대 직후 법무부장관에게 상고법원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디지털 증거능력 문제와 관련한 검찰ㆍ법무부 애로사항을 전달 받아 청와대가 문건을 작성하고, 두 사람의 독대 과정에 이 문제가 제시된 뒤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협상카드로 삼았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간 거래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입장이 법원 내에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정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급 법원의 판사대표 119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선언’을 안건으로 임시회의를 연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간담회, 사법발전위원회 의견을 들은 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등 후속대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 7일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국법관회의는 토론을 거쳐 공식 입장을 정한 뒤 김 대법원장에게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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