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ㆍ정치불안 등 겹쳐
증시ㆍ헤알화 가치 연중 최저치
한국 투자자들도 환차손 등 위기
아르헨티나, 터키를 강타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브라질까지 덮치는 모양새다. 이달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진 데다가,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환율은 물론 주식과 채권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브라질 채권이나 펀드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8일(이하 현지시간) 7만2,942.07포인트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30일(8만6,115.50) 이후 40여일 만에 15.3% 급락한 것이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지난 7일 1달러당 3.9078헤알로 2016년 3월 1일(3.9275헤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4월까지 연 9%대를 유지하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6일 기준 12.28%까지 치솟았다.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의 통화 정상화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오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4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클린 다이어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데 따른 우려 때문에 연준이 기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흥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나 기준금리를 급격히인상한 터키 등 최근 위기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정치적 혼란 확대가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1일 간 지속된 트럭 운전사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한 데다가, 부패 혐의로 수감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10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유지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마틴 카스텔라노 국제금융협회(IIF) 이코노미스트는 “트럭 운전사의 파업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통제력 상실이 브라질 시장 불안의 핵심 요인”이라며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도 의미있는 개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도 커졌다. 브라질 채권이 연 10% 이상 고금리로 인기를 끌면서 직접투자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환차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가 판매한 브라질 국채는 4조원 이상이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8,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 역시 수익률이 악화일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브라질 펀드(공모펀드 기준)의 순자산 규모는 790억원으로 최근 1개월 간 16.58% 손실을 기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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