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넘기는 현직 9명 출마 희망
초선ㆍ여성 의원들은 “용퇴하라”
대상자는 “연령제도 시대착오적”
일본 자민당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 ‘70세 정년’ 규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 규정상 내년 정년을 넘기는 현직 비례대표 9명이 출마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소외계층인 청년ㆍ여성 등용에 대한 당내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한편, 70세 정년 규정이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오노야 류(塩谷立) 선대위원장과 하야시 모토오(林幹雄) 간사장 대리는 지난달 31일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정년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9명에게 출마 여부와 관련해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9명 모두 특례를 적용 받아 출마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자민당은 참의원 비례대표 공천기준과 관련해 ‘임기 만료일을 기준으로 원칙적으로 만 70세 미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내년 7월 28일을 기준으로 만 70세 이상이면 출마할 수 없다. 중의원은 만 73세다.
다만 ‘총재가 국가적으로 유능한 인재로 인정하는 자’ 또는 ‘지지단체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가 어렵다고 결정하고, 이를 총재가 인정한 자’에 대한 예외 규정은 있다. 자민당은 2013년 선거에서 2명, 2016년 선거에선 1명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고 공천했다. 그러나 내년엔 특례 적용을 희망하는 의원이 9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희망을 모두 수용할 경우 당내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년 규정으로 은퇴하거나 탈당한 경우도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는 83세때인 2003년 ‘73세 규정’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2010년 선거에선 73세였던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와 74세였던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전 총무장관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에 야마자키 전 부총재는 출마를 포기했고 가타야마 전 장관은 다른 당으로 출마했다. 2013년엔 71세였던 사사키 요헤이(佐々木洋平) 전 중의원이 특례를 인정 받았으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당시 청년국장은 “그런 일을 한다면 역시 자민당은 바뀌지 않는다고 여겨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 9명 중 몇 명이 특례를 인정 받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초선 또는 여성 의원들 사이에선 선배 의원들에게 “정치를 할 수 있을 때 용퇴해 후진 양성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선거에서 정년 규정이 적용되는 기무라 요시오(木村義雄) 참의원은 “65세 이상이 정년이라고 불린 것은 반세기 전”이라며 “평균수명이 80대로 늘어났는데도 연령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라고 맞서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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