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산다”
지역비하 망언 알려지며 후폭풍
한국당, 탈당계 곧바로 수리
수도권 민심잡기 전전긍긍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천 비하 발언으로 가뜩이나 고전하는 한국당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후폭풍이 거세자 정 의원이 급기야 10일 자진탈당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가 정 의원의 즉각적인 제명을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 책임을 물어 유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등 안팎으로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안상수 홍일표 민경욱 등 인천 지역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원의 몰지각한 망언으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300만 인천시민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기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정 의원을 즉각 제명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인천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저는 특단의 결심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측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시민 분노를 누그러뜨리려면 한국당 지도부와 함께 유 후보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인천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한국당 지도부 총사퇴와 유 후보 사퇴뿐”이라고 공세를 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 의원은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제출했고, 곧바로 수리됐다. 정 의원은 “인천 시민들께 죄송하고 당에 누를 끼쳐 송구하다”고 말했다.
문병호 바른미래당 인천시장 후보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원이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인천시장 때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을 했기 때문에 인천시민들은 정태옥의 망언에 더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정 의원은 즉시 의원직을 사퇴하고 검찰은 인천시민을 모욕한 죄를 물어 정 의원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7일 YTN 뉴스에 출연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서울로 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인천으로 온다. 그런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이나 가계부채, 자살률 이런 것들이 꼴찌다”라고 발언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시민단체들이 지역비하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정 의원은 8일 당 대변인직을 사퇴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정 의원 발언이 사전투표가 진행된 8, 9일 쟁점화 됐다는 점에서 한국당 지도부는 수도권 전체에 미쳤을 부정적 영향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실제 선거 막판 실언은 역대 선거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위기를 맞았고,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과거 막말이 드러나 역풍이 불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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