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10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중국시간)께 참매1호와 동일 기종인 ‘일류신(IL)-62M’이 중국 베이징(北京) 남서쪽에서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었다. 해당 항공기의 출발 및 도착시간은 명기돼 있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8시30분(북한시간)께 북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으로 향하다 베이징 인근에서 편명을 CA122에서 CA61로 바꿔 싱가포르로 향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비행기와 동일한 경로여서 CA61편과 시차를 두고 1시간 정도 늦게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참매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IL-62M을 개조한 것으로 제원상 비행거리가 1만㎞에 달해 평양에서 4,700㎞ 거리인 싱가포르까지 중간급유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다만 1995년 단종된 노후기종인데다 장거리 비행 경험이 없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중국 고위급 전용기 기종 항공편인 CA61과 같은 경로로 비행하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이 참매1호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새벽 출발한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 IL-76도 중국과 베트남 영공을 거쳐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에어차이나 CA121편은 이날 오전 4시18분(중국시간) 베이징을 출발해 오전 7시20분(북한시간)께 평양에 도착한 뒤 1시간 정도 머물다 CA122편으로 편명을 바꿔 베이징으로 출발했다가 도중에 다시 CA61로 편명을 한 차례 더 바꾼 뒤 싱가포르로 향했다. 이 때문에 당초 김 위원장이 이 비행기에 탑승했거나 최소한 북한 측 수행단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전ㆍ보안 차원에서 예상과 달리 에어차이나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한과 중국이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꺼려 일종의 연막작전까지 편 만큼 실제 어느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는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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