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류는 말로써 의사소통을 했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도 인류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문자보다 말을 더 많이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말은 문자보다 훨씬 효율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1분 동안 전화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다음 통화한 내용을 글로 꼼꼼히 옮겨 적는다면 몇 십 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말로 1분이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을 글로 전달하려면 그 열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말은 문자보다 경제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또한 말은 억양이나 강세, 어조, 포즈(pause), 속도, 소리의 길이 등 다양한 유사언어(類似言語) 요소들을 활용해 같은 말이라도 서로 다른 의미와 분위기로 전달할 수 있고 내용을 강조하거나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글은 문장부호나 밑줄, 띄어쓰기 등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이고 그 효과 역시 크지 않다.
그러나 글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말보다 상대방에게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은 유사언어 요소들이 많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나 왜곡될 수 있지만 글은 정형화되어 있어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자는 기록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말은 발화를 하는 순간 사라져버리지만 문자는 일단 기록을 하게 되면 거의 영구적으로 내용을 보존할 수 있다. 또한 글로 기록한 내용을 다시 꺼내볼 수도 있고 내용을 수정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 전할 내용이 있는데 전화를 이용해 말로 전달할지, 아니면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글로 전달할지 고민이 생긴다면 말과 글의 특성을 이해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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