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관계 정상화 기대”
북한 체제안전 보장 카드로 시사
북한 ‘CVID’ 표현에 강한 거부감
‘완전한 비핵화’ ‘검증 가능한’ 등
이전 합의 때 쓴 표현 놓고 절충
6개월? 1년? 이행조치 기한은
북미 정상 당일 날 담판 가능성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공동 성명 형태가 될 듯한 이 문건에는 북한의 최종 비핵화 상태와 더불어 대북 체제안전 보장 방안인 북미 수교가 목표로 제시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선언’ 같은 명칭이 붙을 합의문의 앞부분에는 우선 북미 협상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명기될 공산이 크다. 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회담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양측 간 실무협상 쟁점은 일단 비핵화 과정이 모두 끝난 뒤 북한 핵의 최종 상태 자체보다 그걸 어떤 말로 표현할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에 적시돼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용어를 미국은 합의문에 넣고 싶어하지만 CVID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이 걸림돌이라고 한다.
이에 해당 표현을 직접 쓰는 대신 4ㆍ27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완전한 비핵화’)과 6자회담 성과인 2005년 9ㆍ19 공동성명(‘검증 가능한 비핵화’) 등 과거 합의에 쓰였던 표현들을 조합해 실질적 내용을 담보하는 방식의 절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핵화 반대급부인 체제 보장의 최종 목표는 68년간 적대관계를 형성해 온 북미관계 정상화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는 내가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모든 게 완료됐을 때 그것(관계 정상화)을 하기를 확실히 희망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관계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리라고도 했다. 적대관계 청산은 줄곧 북한이 맨 먼저 거론해 온 대미 요구다. 일각에선 북한의 초기 조치 반대급부로 미국이 북미 종전선언을 합의문에 명기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밖에 미국은 과거 합의된 적이 없는 목표 달성 시한과 양측의 기간별 이행 조치들이 합의문에 담기기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의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와 교환될 만한 미국 측 보상 카드가 마땅치 않아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 무력의 핵심 부분을 일부라도 단기에 해외로 빼내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어떠냐는 미국의 요구에 북한은 여전히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원료 생산 기지인 영변 핵 시설을 감시할 사찰단을 1~2개월 내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합의문에 넣는 것도 논의 중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지만, 이 역시 합의 단계까지 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핵 시설 등의 목록ㆍ규모 등을 북한이 성실히 신고하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단을 파견, 이를 검증한다는 데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다만 미국이 이행 초기 주고받을 행동에 합의하지 않은 채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까지 사찰 대상에 넣으려고 한다면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6개월이나 1~2년으로 기한이 설정된 이행 조치를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는 12일 회담 당일 북미 정상의 결단에 맡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소식통은 “아직 실무협의에서 북한이 비핵화 보상으로 체제 보장이 제공돼야 한다는 원칙 이상의 구체적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추가 정상회담 합의가 원론적 표현으로 합의문에 담길 수도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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