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북미 양자간 종전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부분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해 회담 일정 자체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정상회담이 그야말로 사전 각본 없는 담판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양 갈래 길을 제시하며 ‘하이 리스크ㆍ하이 리턴’ 식 베팅에 나섰다. 이날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거나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보고 싶다”는 등 북한의 요구 사항에 적극 호응하며 일종의 비단길을 펼쳐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수 있다고 밝혀 정상국가 지도자로 대우하겠다는 파격적 메시지도 보냈다. 이는 물론 정상회담이 잘 될 경우를 전제로 한 당근책이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엔 “나는 걸어 나갈 준비가 완전히 돼있다”며 협상 판을 깨겠다는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전에 한번 그렇게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던 일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에 이어 이날도 “우리는 우호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마 협상이 끝난 이후에 내가 그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다시 최대 압박을 사용하게 되면, 협상이 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에 나서지 않으면 가시밭길을 밟게 될 것이란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회담 기간에 대해 “하루, 이틀, 사흘”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는 일정 자체도 확정하지 않고 정상간 회담에 임하겠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극대화시켜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협상술이 재차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 실무 협상 과정에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비핵화 개념,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 비핵화 시간표 등을 두고 북미가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이 CVID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양측의 비핵화 의제 조율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핵심 쟁점을 두고 말 그대로 예측 불허의 정상간 담판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장에서도 양 갈래 길을 제시하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간 담판 결과에 따라 깜짝 합의가 도출될 수 있지만, 현 국면과 180도 다른 분위기로 급변할 여지도 없지 않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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