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두 차례 치료 진술 확보
윤씨 “최근 공부하며 증세 재발”
승용차를 몰고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으로 돌진한 정부중앙부처 공무원이 과거 과대망상증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오후 7시22분쯤 승용차로 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은 혐의(특수재물손괴죄)로 체포된 여성가족부 4급 서기관 윤모(47)씨로부터 과거 두 차례 과대망상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윤씨는 경찰에 “사고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라며 “미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미국 연수 후보자로 선정된 뒤 최근 영어공부를 하면서 증세가 재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동승한 여성 노모씨로부터 사고 직전 운전대를 넘겨받아 범행을 저질렀다. 여가부 산하기관 소속 변호사로 알려진 노씨는 “서울역 인근에서 윤씨를 만나 광화문 쪽으로 향하던 중, 윤씨가 미 대사관 옆 비자신청소 앞에서부터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우겨 운전대를 내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윤씨의 갑작스런 범행에 여가부 조직 내부도 술렁였다. 동료 B씨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3년 전 대통령 포장도 타고, 지난해 장기연수 기회도 얻었는데 안타깝다”라면서도 “수년 전부터 윤씨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아직 연수를 진행할 해외 대학을 확정 못한 그가 어학시험 실패로 큰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윤씨는 “2일 토플시험 도중 두통을 느껴 포기했고, 이후 사흘간 잠을 못 이뤘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윤씨 직장동료 등에게 최근 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의료기관을 통해 정확한 치료내역을 조회, 진술 내용의 진위를 따질 계획이다. 여가부는 이날 “윤씨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및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해외 연수 박탈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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