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중풍), 심장질환, 폐암을 일으키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한 해 1만2,000명 정도가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전문가들은 맑은 날에도 기승을 부리는 초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전용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때문에 2015년 한 해에만 1만1,924명이 조기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로 인한 질병별 조기사망자 수도 조사했다. 가장 많은 질병은 뇌졸중으로 조기사망자의 47%(5,600명)에 달했다. 이는 2015년 뇌졸중 전체 사망자의 23%다. 초미세먼지가 없었다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4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2, 3위는 심장질환과 폐암이었다.
초미세먼지의 크기는 2.5마이크로미터(㎛ㆍ1㎛=100만분의 1m)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28분의 1보다 작다. 입자가 작아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를 뚫고 혈관까지 침투한다. 초미세먼지 속에 있는 황산이온, 질산이온 등이 염증을 일으켜 혈구들을 뭉치게 하고, 이 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연구를 이끈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번 논문은 2015년을 기준으로 했는데, 2014년부터 (초)미세먼지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조사하면 이번 결과보다 더 심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건영향연구소가 발표한 ‘지구의 공기상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 연평균 25㎍/㎥에서 2016년 29㎍/㎥로 올라갔다. 조기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1만2,760명에서 1만6,803명으로 4,043명(31.7%)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24.5명으로 스웨덴(7명), 호주ㆍ뉴질랜드(8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상승하면 사망률이 6%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아 맑은 날씨에도 농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홍 교수는 “최근에는 여름이 돼도 좋아지지 않고 계속 ‘나쁨’ 수준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초미세먼지) 예보와 경보를 잘 듣고 농도가 높으면 마스크를 끼는 게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 입에 딱 맞아 바람이 옆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면 마스크로는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어 반드시 전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다른 전문가는 “초미세먼지가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녹차 같은 차 종류를 많이 마시고 과일을 충분히 먹어 비타민을 보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