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겨냥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폭발 일보직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관찰자망은 7일 미국 뉴스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달 27일 북부 타위위안(太原) 위성발사센터에서 최신형 전략핵 ICBM ‘둥펑(東風ㆍDF)-41’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발사된 DF-41은 2,000여㎞를 날아 중국 서부의 고비사막에 설정한 과녁을 명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이번 DF-41 시험발사가 10번째이며 최종 규격검증 시험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F-41은 최대 사거리가 1만5,000㎞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사정거리만 놓고 보면 세계 최장 ICBM이다. 길이 16.5m에 총 중량 60여톤으로 차량과 열차에 탑재한 상태로 핵탄두를 10개까지 탑재해 발사할 수 있고, 각 탄두마다 TNT 100만톤급 이상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2016년 연례보고서에서 “DF-41의 다탄두에는 모조탄두 장착이 가능해 미국의 기존 미사일방어(MD)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DF-41의 이번 시험발사는 특히 시기적으로 미중 양국 간 무역ㆍ대만ㆍ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체제 논의 참여 문제로 신경전이 고조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B-52 전략폭격기를 남중국해 인공섬 근처에 진입시켰고 항공모함 전단의 대만해협 전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B-52의 남중국해 비행에 대해 “어떤 사람이 수 차례 당신 집 앞에서 위세를 부리면 어찌 경각심을 갖고 방위능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정부가 민간단체의 연구결과 발표 방식으로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 타이핑다오(太平島) 일부를 미국에 임대해주고 이 곳에 미군 기지를 세우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싱크탱크는 “미국은 남중국해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대만도 타이핑다오 영유권 주장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과 정치ㆍ외교분야를 넘어 군사적 유대관계도 강화하겠다는 의미여서 중국의 반발과 함께 미중 간 긴장 고조의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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