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화제 뿌린 유승민 팀장
“북미 모두가 성과 필요한 상황”

“북한의 ‘만다린피시(위장술과 고약한 냄새로 상대를 위협하는 어종) 전략’은 이제 종착점이 머지않았다.”(2017년 10월16일 발행 보고서 ‘북한 핵 위기에 대한 소고’)
“북한은 핵 능력을 ‘만능의 보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북ㆍ미북 정상회담으로 불신의 시대가 끝날지 주목된다.”(2018년 4월26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전망’)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은 북한이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2017년 말~2018년 초 빠르게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도발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 전날에는 160쪽 분량의 심층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가 가져올 경제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한 금융투자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고, 과감한 전망은 결국 현실화했다.
삼성증권이 7일 업계 최초로 북한 전담 리서치 팀인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하며 또 한번 한발 앞서간다. 남북 관계 전환으로 대북 투자가 더 이상 단기적인 투자 테마에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사내에서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이슈를 함께 연구해온 유승민 수석연구위원이 팀장을 맡았다. 화제를 뿌린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보고서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유 팀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될 대화 과정에서 발생할 기회와 위험(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의견을 제시할 때가 됐다”며 팀 구성 배경을 밝혔다. 그는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보장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과 미국 지도자의 독특한 캐릭터를 감안할 때 두 정상 간의 상징적인 ‘빅딜’과 점진적인 실무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며 “미국은 정치적인 결과를 내야 하고 북한도 2020년까지는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략팀은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중국 중신증권과 베트남 호치민증권과 협력해 북한 경제개발의 선행 모델이 될 수 있는 중국ㆍ베트남 사례를 분석하고 각 산업별 영향도 제시할 계획이다. 첫 보고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발간한다. 유 팀장은 “정상회담이 끝나면 안갯속에 있는 협력 시나리오들이 하나씩 구체화될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협력, 투자 방식 등 중요한 논점을 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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