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야니 가문 "불공정 개입" 소송
외국 기업에 한국 정부 첫 패소
취소 소송 지면 730억 물어줄 판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불공정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투자자-정부 소송(ISD)에서 우리나라가 졌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다야니의 청구액(935억원) 중 730억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비상이 걸린 정부는 판정 취소신청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7일 다야니가 제기한 ISD 소송에서 중재판정부가 전날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패소한 것은 처음이다. 다야니 가문은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그룹의 대주주다. 엔택합은 지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 뛰어 들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채권단은 다야니 가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D&A와 매매계약을 맺고 전체 매각대금 5,778억원 중 578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채권단은 한달 뒤 다야니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D&A가 채권단에 제출한 투자확약서(LCO)에 담긴 필요자금이 애초 정한 수준에서 1,545억원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듬해 D&A는 서울중앙지법에 채권단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13년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이 바뀌었고, 다야니 가문은 2년 뒤인 2015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935억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ISD를 제기했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법령과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를 거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야니 가문은 당시 우리 정부가 이란 투자자에 대해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에 담긴 공정 대우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M&A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1대 주주는 48%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였다. 캠코는 2000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1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다야니는 한국의 국가기관인 캠코의 불공정 처우로 매각이 불발됐다는 논리를 폈다. ISD 소송을 다룬 3인의 중재판정부는 캠코가 한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며 다야니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채권단이 39곳이나 됐고, 캠코는 지분율 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한 만큼 국가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해 왔다.
정부는 이날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3년 넘게 소송에 매달려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대응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안타깝다”며 “우리 측 논리를 다시 보완해 취소신청을 하는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취소소송에 들어가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730억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소송에서 지면 730억원을 줘야 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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