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 8일 대학 입학 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느라 들썩이고 있다. 중국에서도 ‘가오카오’ 성적에 따라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인생 진로가 결정되는 경향이 짙어 경쟁이 치열하다. ‘가오카오 특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시험 준비에 드는 직간접 비용이 엄청나고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도 갈수록 강화되는 등 가오카오를 한번 치를 때마다 대륙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35만명 증가한 975만명에 달한다. 응시생 대부분이 2000년생인 ‘밀레니엄 베이비’로 당시 신생아 출산이 늘어난 영향 탓에 10년 만에 수험생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오카오 응시생은 2008년 1,05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940만명까지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중국 전역에서 이틀간 치러지는 가오카오는 31개 성(省)별로 전국 공통시험과 지역 자체 출제시험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올해는 베이징(北京)과 저장(浙江)성 등 5개 지역 외엔 모두 공통시험을 택했다. 특히 그간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올림피아드 수상자나 지역별 우수학생 등에 대한 가산점이 폐지됐고 체육특기생 선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대신 상위권 대학들은 농촌ㆍ빈곤지역 출신 학생의 선발 비율을 10%가량 높였다.
이날 아침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전국의 각 고사장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응원 나온 가족과 교사, 선후배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국 각 지역의 공안당국도 시험에 늦는 수험생이 없도록 특급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수험장 인근 교통상황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험생 부모를 겨냥해 건강식품을 판매하거나 고급 호텔을 선전하는 이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실제 중국에선 가오카오를 치르는 때가 되면 부모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시험에 임박해 개설되는 특강 중에는 회당 강의료가 1만위안(약 167만원)을 넘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해에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품 시장 규모가 480억위안(약 8조 390억원)으로 추정됐다. 시험장 부근 호텔 객실은 몇 달 전부터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좡위안(壯元ㆍ수석)이나 진방티밍(金榜題名ㆍ합격)이라고 이름 붙여진 객실은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뛴다.
이런 가운데 광둥(廣東)ㆍ허베이(河北)ㆍ산둥(山東) 등지에서 초소형 이어폰과 카메라, 전파 송수신기를 결합한 첨단 커닝장치를 판매하려던 12개 조직 50여명이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부정행위도 첨단화되어 가고 이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되는 상황이다. 베이징과 지린(吉林)성 등에선 고사장 인근에서 전자 감시장비를 가동하고 있고, 후베이(湖北)ㆍ쓰촨(四川)성 등은 모든 고사장에 금속탐지기와 휴대전화 신호 차단기를 설치했다. 심지어 산시(陝西)성은 사상 최초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홍채 인식’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를 밟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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