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1년

지난해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21세기 말까지 지구 전체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가능하면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약이 “미국경제에 불이익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나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낙후된 공업도시인)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말은 파리협약을 바라보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트럼프가 탈퇴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구를 구할 마지막 2주일’이란 평가까지 받았던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2015년 11월 30일~12월 12일ㆍ프랑스 파리)의 결과물인 파리협약의 감축 목표가 과학계에선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해결에 꼭 실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올해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파리협약 감축 목표를 따를 경우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최대 25%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1961년부터 20005년까지 관측한 기후변화 데이터와 2071~2100년 전망치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가 덜 진행됐을 때 아프리카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추산했다. 올해 말까지 온도 상승 폭을 2도 이내(산업화 이전 대비)로 제한했을 때 1991~1992년 남아프리카와 2009~2010년 북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이상기후 현상이 각각 25%, 20%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2009년 12월~2010년 2월 북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최대 3도 이상 높았다. 1991년 12월~1992년 2월 남아프리카는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당시 남아프리카의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1도 높았고, 강수량은 43% 적었다. 연구진은 “파리협정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아프리카의 피해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당장 산업계에 부담을 주겠지만 식량난, 각종 자연재해, 질병 확산 등 여러 피해를 줄여 결국 경제적 이득이 될 거란 전망도 있다. 파리협약을 탈퇴한 트럼프와 정반대 견해다.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할 경우 2도로 억제하는 것보다 75%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 비용이 20조 달러(약 2경1,4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76조 달러다.
하지만 아직 국제 사회의 노력은 한참 못 미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지난달 내놓은 ‘기후재정전망 보고서 2018’에 따르면 2015, 16년 선진국들이 기후 재원 조성 마련을 위해 내놓은 금액은 연평균 480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구온난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은 파리협약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재원을 마련해 개발도상국을 돕기로 했었다. 모금액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치는 금액이다.
파리협약을 이끌었던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도 모순이다. EU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파리협약이 태어난 프랑스에서도 3.2% 늘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모두에게 책임 있는 문제는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파리협약 진행상황이 애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도 파리협약에 참가했으나 지난해 석탄발전량 증가율이 전년보다 2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은 8.5%, 유류 발전량은 74.6% 감소했다. 고유가 시대에 값싼 산업전기 요금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석탄발전 비중을 늘렸다는 지적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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