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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득주도성장, 제대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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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득주도성장, 제대로 해보자

입력
2018.06.07 19:00
수정
2018.06.21 22:4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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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이 위기에 처해 있다. 비판세력이 사방을 둘러싼 사면초가 형국이다. 특히 소득분배율이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최저임금을 높이고, 복지급여를 조금 늘린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가구의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년을 보면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한계소비성향은 모든 계층에서 감소했고, 소득 중 부채를 갚기 위해 지출된 비중도 증가했다. 더욱이 가구의 소득 증가가 부동산과 연관된 부채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 증가가 경제성장과 연결되는 소득주도성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택 가격 안정은 물론 돌봄, 노령, 실업, 질병에 대한 불안이 제거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반복하는 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평범한 사람들이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람들은 자산 축적이 불안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망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교섭력을 높이는 것 또한 소득주도성장의 성공 조건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가 요구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노동자의 교섭력을 높이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 중요한 과제는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적 정책이 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청년층에 대한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대책이 중장기 정책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비롯해 임금인상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퇴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전시키는 구조조정 정책과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일했던 노동자를 재교육시켜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직시키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단기 대책만 있고,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어떻게 고도화시킬지에 대한 기본 구성과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 덧붙이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무직자 가구의 소득 하락을 고려하지 않고 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자영업자와 같은 비임금노동자를 포괄하기 위해 임금주도성장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한국적 용어를 만들어놓고, 임금노동자 중심의 소득개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걸어왔던 길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한 것은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다.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려 했던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지금까지 누구도 걸어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당연히 그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고, 수많은 비판이 난무할 것이다. 비판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핵심 인사들이 공언했던 것처럼 지방선거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더 과감하게 실천해주기 바란다. 제대로 해보자.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를 다시 재벌 중심의 개발국가로 되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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