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시각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은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 민간 연구소에서는 “이미 경기가 꺾였다”는 분석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동향’을 통해 “내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수출은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4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5.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내수경기와 관계가 깊은 도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의 생산 증가율은 각각 1.1%, -1.8%에 그쳤다. 해외 소비만 커졌을 뿐 내수경기 개선으론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설비투자도 2월 9.5%→3월 -0.1%→4월 0.6% 등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KDI는 5월 수출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의 호조에 13.5% 늘어난 점 등을 근거로 “수출이 내수 둔화를 일부 완충하고 있다”며 성장론에 무게를 뒀다. “우리 경제는 3.0%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ㆍ5월30일 확대간부회의)는 정부의 경기 진단에 힘을 실어주는 시각이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현 경기를 침체라고 보는 것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한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 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2분기(4~6월) 현재 국내 경제상황은 ‘경기후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애초 예측했던 하강속도(올 하반기 중 경기침체)를 넘어서는 것으로 향후 급격한 불황의 도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현재 경기상황 진단)와 경기선행지수 순환 변동치(6~9개월 후 경기흐름 예측)가 1년간 지속 하락하고 있고 생산활동이 재고투자와 기존 건설투자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완만한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며 김 부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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