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리는 아홉 성제렌 헤근에 한번 꺾어도 한 뿌리서 아홉 번까지 다시 꺾어진다. 게난 뿌리째 뽑아 불믄 안되어. 탁탁 끊어서 된다. 이?” 4월 제주의 중산간. 고사리 캐러 새벽 5시부터 따라나선 길, 엄마의 당부다. 4월에 내리는 가랑비, ‘고사리 장마’ 덕에 중산간에 고사리는 지천이라 고사리 가방은 금세 불룩해진다. 제주 출신 작가가 찰진 방언을 뼈대로 4월 어느 한 주, 고사리를 캐어 말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풍경을 그려냈다.

빈 땅만 보이면 뭔가 심고, 뭔가 캐러 다니는 우리네 엄마들은 대체 왜들 그랬을까. 갑갑해 제주를 떠났으나, 다시 갑갑해 고향으로 온 작가에게 엄마가 남기는 당부는 이렇다. “너무 확확 걷지 말고 발 조꼬띠도 잘 살피면서.”

고사리 가방
김성라 글ㆍ그림
사계절 발행ㆍ60쪽ㆍ1만2,500원
누구에게나 미래는 두렵다. 고향과 엄마란 존재는, 그런 우리에게 조꼬띠(옆, 곁)를 잘 살피라 일러준다. 봄 되면 제주 가는 건 고사리 때문만은 아니다. 스토리 구조가 탄탄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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