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올해 두 번째 연가를 사용하는 배경에 눈길이 모인다. 문 대통령이 힘을 쏟았던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5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는 6·13지방선거를 6일 앞둔 시점이어서다.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최근 들어 가능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릴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가지 않는다고 못박진 않고 있다. 언제든지 초청장이 날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은 근래 지방행보를 자제해왔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일정이 바빴던 탓도 있지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행보였다. 그런데 마침 '블랙아웃'에 접어드는 이날 연가를 사용하는 동시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남 양산 자택은 아닌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블랙아웃 기간에는 선거여론조사결과 공표가 금지돼 한동안 선거판세를 알기 어려워지면서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운동이 한층 더 치열해진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또한 적지 않은 문 대통령이 특정 지방에서 휴가를 보낼 경우, 대통령의 표심이 해당 지역 선거에 나선 여당 후보에게 있다고 해석돼 자칫 야당으로부터 관권선거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의 공개 일정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까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드루킹 특검' 임명도 해야 한다. 물론 특검 임명은 전자결재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 같은 상황을 봤을 때 문 대통령의 이날 연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궁금증을 낳고있다.
청와대는 어떤 상황도 고려되지 않은 '순수한 연가'라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전날(6일)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7일 연가'가 "예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청와대로 돌아오지 않고 다른 지방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체력 보충'이 주목적일 것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1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공간인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그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저도 아주 숨이 가쁘게 느껴지던, 정말 그런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문 대통령의 '쉴 땐 쉬자'는 기조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를 앞두고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경남 진해 군(軍)부대 내 휴양시설에서 보내는 등 예정된 휴가를 소화했다. 만약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다음'을 위해 체력 비축이 필요하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방에서 휴가를 보낸 뒤, 너무 늦지 않게 청와대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8일) 6·13지방선거에 대한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도 8일 사전투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당일 오전 9시께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청운·효자 제1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바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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