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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만 난 ‘천혜의 요새’… 본관 접근하자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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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만 난 ‘천혜의 요새’… 본관 접근하자 “스톱”

입력
2018.06.06 17: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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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악관 확정 발표 후 취재진 러시

정장차림 이어폰 꽂은 직원들

보안교육 받은 듯 호텔 곳곳 주시

#2

호텔 홈피 일시 폐쇄 뒤늦게 확인

공공장소 와이파이 접속 지연 현상

9일부터 차단벽 등 통제 시작될 듯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행사 준비에 분주한 카펠라 호텔. 직원들이 출입구에서 호텔로 이어지는 도로의 차선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호텔 밖으로 나가면서 촬영됐다.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행사 준비에 분주한 카펠라 호텔. 직원들이 출입구에서 호텔로 이어지는 도로의 차선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호텔 밖으로 나가면서 촬영됐다.

“환영합니다. 어떻게 오셨죠?” (카펠라 호텔 정문 직원)

미국 백악관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확정 발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 낮. 카펠라 호텔로 가는 택시는 정문 앞에 멈춰서야 했다. 섬으로 들어와 이곳 호텔까지 오는 짧은 길에 각국에서 온 취재진들의 모습이 띄었고, 앞서 가던 택시가 호텔로 올라가려다 운전대를 돌려 나가는 모습을 목격한 터라 예상됐던 일이다.

“볼일이 있어 가는 손님을 태우고 왔습니다.” 기자를 태운 택시 기사가 답하는 동안 아이보리 유니폼의 여직원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시에 두 눈으로는 뒷좌석 내부를 훑었다. “선생님, 어디로 가시죠?”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볼 일이 있어 왔습니다.” 직원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단히 보안 교육을 받은 듯 했다. 어렵사리 출입허락을 받았다.

정문에 설치된 특별한 장비는 없었다. 차량 하부 체크, 트렁크 검사도 없었다. 다만 정문을 통과하자 임박한 정상회담 준비에 여념 없는 호텔 모습이 확연했다. 호텔 본관으로 이어지는 250m가량의 왕복 2차선 오르막길에는 직원 여러명이 차선 도색 작업에 한창이었고, 정원사는 시든 열대나무 가지를 떼내 한 곳에 모으고 있었다. 일부 손님들은 전동 카트로 어디론가 움직였고, 다른 투숙객은 땡볕 아래서 조깅을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평온 그 자체였다. 무장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 전경.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 전경.

이 같은 분위기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반전됐다. 호텔 앞 정원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호텔과 나란히 있는 레스토랑 앞에 택시가 멈추면서부터였다. 친절하게 문을 열어준 레스토랑 도어맨은 택시에서 내린 승객 신분 확인에 주력했다. “예약 하셨나, 무슨 볼일이냐, 누구 만나러 왔느냐, 객실 번호가 어떻게 되느냐는” 등 질문세례를 했다. 레스토랑 직원들에 대해서도 보안 교육이 사전에 이뤄진 듯 했다. 눈에 띄는 직원들이 모두 귀에 무전기를 꽂고 있었고 잠시 후 멀리 있던 직원들까지 몰려들었다. 이어폰을 꽂은 정장 차림의 관계자가 레스토랑 창문 안쪽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국인 여직원은 “민감한 때”라며 양해를 구했다. 아쉽게도 회담이 열리는 본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택시를 타고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한 직원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두 눈을 떼지 않았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 섬을 연결하는 다리.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 섬을 연결하는 다리.

이 정도의 실랑이를 제외하면 섬 내부는 아직까지 평온했다. 전날 오후 싱가포르 정부가 센토사섬 전체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세기의 회담을 앞두고 있는 그 곳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특별행사구역 안에서도 핵심 지역인 ‘특별구역’에 포함된 센토사 해변도 여유가 넘쳤다. 관광객이 적은 평일이어서 그런지 한가롭기까지 했다. 정상회담 관련 주변에 달라진 것 없냐는 질문에 수영장을 지키고 있던 한 여직원은 “보시다시피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본섬에서 센토사로 열결된 다리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대당 5싱가포르달러(약 4,000원)만 내면 어떤 차량이든 섬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큰 장비와 함께 기자들이 몰려 있는 곳 주변으로 경찰차가 보였다. 센토사섬과 연결되는 본섬의 곤돌라 승강장, 카펠라 호텔 인근의 다른 호텔 분위기도 지난주와 같았다.

택시 기사 노(Noh)씨는 “싱가포르는 평상시 높은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행사 2일 전부터 통제가 이뤄진다”며 “언론이 ‘찾는 장면’을 지금 시점에서 구경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특별행사구역 지정 기간이 10~14일인 만큼, 9일 오후부터 차단 벽 등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외교가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아닌 싱가포르이기 때문에 부릴 수 있는 여유”라며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가며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까지 접속되던 카펠라 호텔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폐쇄된 사실이 이날 확인됐다. 또 공공장소 와이파이 접속에도 지난주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싱가포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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