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총리 “가짜 연대 벗어나야”
난민ㆍ경제 정책 변화 필요성 주장
당분간 거리 두며 美ㆍ러 접근할 듯
상원 신임투표는 무난히 통과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 선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성향의 동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의 수반으로 낙점돼 지난 1일 공식 취임한 주세페 콘테(53)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하면서 확고한 반 EU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EU의 난민 정책에 대해 콘테 총리는 “우리는 가짜 연대의 망토 아래서 확장된 이민 사업을 끝내려 한다. ‘더블린 조약’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할 것”이라며 EU국 간 난민 배분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1997년 발효된 더블린조약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약 70만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왔는데, 이 조약 탓에 이탈리아의 난민 수용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콘테 총리는 또 EU의 긴축 재정 압박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공공부채를 줄이길 원하지만, 긴축 조치가 아닌 성장을 통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며 “유로존을 규율하는 재정 준칙은 시민들을 돕는 데 목표를 둬야 하며 이탈리아는 EU의 통치 방식에 대한 변화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탈리아가 EU와 완전히 등을 돌리는 정책을 펴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관 출신의 이탈리아 국제관계연구기관 대표 페르디난도 넬리 펠로체는 신화통신에 “EU 담당 장관에 반EU 성향의 파올로 사보나를 지명하긴 했지만, 과거 EU 담당 장관을 지낸 친EU 성향의 엔조 모아베로 밀라네시를 외무장관으로 지명했다는 것은 현 정부가 (EU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도박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당분간 EU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는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펠로체 대표는 “나는 이탈리아와 미국 간의 새로운 유대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수출 주도 경제 구조를 지닌 이탈리아로서는 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정책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차지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찬가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16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사진을 찍는 등 트럼프와 친분을 과시했다. 당시 트위터에 “트럼프는 훌륭하다. 내 생각에 그는 다수의 미국인을 대변하고 있다. 나라면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돈독해질 가능성이 높다. 살비니가 친러 성향인데다, 콘테 총리도 연설에서 “EU의 러시아 제재 재검토에 앞장설 것”이라며 러시아 편을 드는 발언을 했다. EU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고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하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결정, 이를 계속 연장해왔다.
한편 이탈리아 새 정부는 5일 상원 신임 투표에서 찬성 171명, 반대 117명, 기권 25명으로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했다. 6일 오후 하원 신임투표까지 통과하면 콘테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는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에 돌입하게 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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