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법관 회원 많은 ‘인사모’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 목소리
선배 회원들 자연스럽게 접근
적절한 명분 갖춰 탈퇴 유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원 내 진보 성향 소모임을 자연스럽게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정황이 드러났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맡는 법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다.
6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인사모를 진보적 색채가 강한 단체로 규정하고, “대다수 회원들이 별다른 의식 없이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면 법원 내 이질적 집단으로서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봤다.
실제 인사모는 ‘상고법원 끝장토론회’를 열어 상고법원 설치 반대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법관사회 내부 소통이나 법관의 업무분담 개선을 적극 논의하기도 했다. 행정처는 이 같은 진보성이 사법연수원 30기 이하 젊은 법관 회원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젊은 회원들과의 친목이 두터운 고법부장들을 섭외해 이들이 “건전한 소모임을 창설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길 권유함으로써 연구회 내 진보적 분위기의 변화”를 시도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노장 판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인사모 내 진보적 색채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문제제기 내지 논란”을 일으켜 모임을 와해시키는 전략도 구사했다. 인사모가 좌편향 논란을 빚었던 우리법연구회 후신임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부각시키거나, 법원의 주류로 인식될 수 있는 선배 회원들이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명분을 갖춰 탈퇴하도록 유도하는 등이다. 행정처는 이 경우 상당수 회원들이 동요하며 물밀 듯 탈퇴할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개입은 성공확률이 낮고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며 “행정처가 배후에 있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자연스러운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젊은 법관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연구회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외국어나 국외연수에 관심이 많은 젊은 법관들을 겨냥한 ‘사법국제화 연구회’나, 젊은 법관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law(법) 연구회(가칭)’ 등이 그 후보로 올랐다.
이 같은 계획들은 이후 시행 시기를 못박으며 로드맵으로 구체화됐으며, 6월 이후 인사모의 자연스러운 소멸 유도를 목표로 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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