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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당연하나 독립성 보장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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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당연하나 독립성 보장 전제돼야

입력
2018.06.06 15:5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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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일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경영진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자 해임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하지만 그간 대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는 의결권 찬반 표시나 배당 확대를 제한적으로 요구하는 정도의 소극적 개입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사상 처음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대한항공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은 7월 도입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사외이사 선임, 배당 등에 적극 참여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앞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항공 경영진의 일탈행위에 따른 평판 악화가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해치고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63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만 131조원을 투자한 큰 손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회사 경영진의 부도덕과 잘못된 행동 탓에 회사 가치가 추락하는데도 손을 놓는다면 주주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비리 경영진을 견제함으로써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국민연금 주주권이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기업 손보기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집권세력의 낙하산 인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주주권 행사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이 11개월째 공석인 것도 코드인사를 앉히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행사하려면 독립성 보장장치가 전제돼야 한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지금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부 입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려면 기금운용위를 독립시켜 운용본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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