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웠던 피로회복 훈련 이튿날
체력 높이는 고강도 트레이닝
연신 “밀리면 끝이야” “적당히 마”
하루 사이에 공기가 180도 바뀌었다.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스테인베르크 슈타디온.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0분 넘게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하루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 피로회복을 위한 족구 훈련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훈련을 다 마치고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불러 15분 이상 자체 미팅을 가졌다. 미팅이 끝난 뒤 태극전사들의 얼굴에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유쾌한 분위기에 선수들이 취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주문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훈련장에 온 태극전사들의 눈에는 ‘독기’와 ‘투쟁심’이 가득했다. 전날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해 나온 선수들의 체력수치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 신태용 감독은 이날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훈련 강도는 실전을 방불케 했다. 몸 싸움을 할 때는 씨름을 하듯 치열했고, 공중 볼을 다툴 때는 가차없이 서로 부딪혔다. 실제로 중앙수비수 오반석(제주)은 1m96cm 장신공격수 김신욱(전북)과 부딪히며 나가떨어졌다. 피지컬이 좋은 스웨덴을 대비한 훈련이다. 차두리 코치는 “적당히는 없어” “밀리면 끝이야”라며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속력으로 달린 뒤 오른발과 왼발 슈팅을 연달아 시도한 선수들은 5명씩 4팀으로 나뉘어 미니게임을 했다. 손으로 낚아채고 거침없이 태클을 시도했다. 손흥민(토트넘)과 고요한(서울)이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옆에서 다른 조는 몸 상태를 데이터화하는 첨단장비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착용하고 7m와 15m를 쉼 없이 오가는 셔틀런을 했다. 선수들 입에서 ‘곡소리’가 났다. 김남일 코치는 “끝까지. 100%”를 외쳤다. 선수들은 악에 받힌 듯 함성을 질러대며 달렸다. 20세 막내 공격수 이승우(베로나)는 헉헉대면서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신 감독은 “그동안은 소속팀 일정상 선수들 간 체력이 다 달라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에는 15분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전환해 전술 훈련까지 마쳤다. 이 모습을 본 축구협회 김대업 국가대표 지원실장은 “오늘 저녁 치료실이 붐비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레오강(오스트리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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