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질과 폭언 의혹을 받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피해자 11명 중 5명과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이사장 측이 피해자들이 직접 작성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와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문서다.
경찰은 지난 4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뒤 내사와 수사 단계를 거쳐 11명의 피해자로부터 이 전 이사장이 24차례에 걸쳐 폭언과 손찌검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중 수사 초기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1명을 제외하고 10명의 피해자는 이 전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으나, 최근 절반에 달하는 5명이 합의에 응한 것이다.
현재 이 전 이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ㆍ특수상해ㆍ상해ㆍ특수폭행ㆍ상습폭행ㆍ업무방해ㆍ모욕 등 7개다. 이 중 친고죄인 모욕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합의한 만큼 법원에서 형량이 가벼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이 전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을 만난 시점이 경찰이 관련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이후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의도는 아니라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 외에 이 전 이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 수집에 주력하는 한편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와 이 전 이사장 측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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