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효과 공방 가열
#1.일자리 감소 예측한 KDI 보고서에
이 국장 “외국 추정치로 짐작”비판
#2.KDI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
많은 계층엔 고용“영향 재반박
#3. 金부총리 “연구 결과 다를 수도
갈등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최저임금을 2020년 1만원까지 올릴 경우 일자리가 최대 32만개나 사라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0’”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러한 비판에 김용성 KDI 부원장이 다시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계층에는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이 국장은 KDI의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한국의 최저임금을 논평했고, 속도조절론을 결론냈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ILO 국장에 오른 경제학자로, ILO가 주장하고 있는 임금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국장은 특히 KDI가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고용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임금 탄력성(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영향)을 적용한 것에 대해 “미국과 헝가리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추정치는 1970~80년대 옛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KDI는 5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축소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례가 헝가리라며 이 국장의 비판을 다시 반박했다. 헝가리는 2000~2004년 최저임금을 60%나 인상했다. 한국도 최저임금이 2020년 1만원이 되면 2017년(시급 6,470원)부터 따져 54.5%에 달하는 인상률을 기록하게 된다. 김 부원장은 “매년 10% 이상 최저임금을 인상한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헝가리가 가장 객관적 수치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라며 “헝가리나 미국이 적절하지 않다면 이 국장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양측은 정반대 분석을 내놨다. 이 국장은 “미국과 영국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전체 고용 축소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반면 김 부원장은 “전체 고용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해도 청년, 여성 등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이 분포한 계층 고용에는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받던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는 ‘임금 질서 교란 현상’도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그 이상 받는 노동자간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며 “인상폭이 크면 클수록 이런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국장은 “이런 분석에 한 나라의 경제부처 수장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온갖 잘난 척하면서도 정작 어설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 것”이라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겨냥했다. KDI 보고서가 정부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낸 김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시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연구 결과가 상이할 수 있는데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어느 누구도 100% 자신 있게 말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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