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새 운영체제 iOS12 공개
모바일 중독 차단하는 기능 탑재
사용 패턴 분석해 보여주고
앱별 최대 사용시간 정할 수 있어
야간 작동불능 청소년용 설정도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새 운영체제 iOS12를 공개했다. 이전보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구동 속도가 향상된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과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지난달 구글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안드로이드P’를 발표한 데 이어 애플도 ‘스마트폰 중독과의 전쟁’에 동참한 것이다.
애플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29번째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새로운 운영체제의 특징과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5일간 진행되는 WWDC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부터 전 세계에서 모여든 6,000여명의 개발자들이 참여해 정보를 나눈다.
iOS12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날 “습관이 돼버린 스마트폰은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 일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iOS12는 당신이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아붓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크린 타임(Screen Time)’ 기능은 매주 이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분석한 리포트를 보여준다. 하루 평균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는지, 알림은 몇 개나 받았으며 얼마나 자주 휴대폰을 열어봤는지도 모두 분석된다. 앱별 사용 시간을 체크해 ‘이번 주에는 OO앱을 너무 많이 썼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용자는 스크린 타임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앱 리미츠(App Limits)’ 기능으로 인스타그램을 하루에 한 시간만 사용하도록 설정하면, 사용한 지 55분이 지났을 때 앱 상단에 ‘오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은 5분 남았습니다’라는 알림이 뜨는 식이다. 더 이용하고 싶다면 연장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청소년이라면, 부모들이 스크린 타임을 이용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다운타임(Down Time)’을 설정해 아예 스마트폰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자체에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 분석과 제한 기능은 지난달 구글이 내놓은 안드로이드P의 핵심 기능이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드는 두 회사가 연달아 ‘자신의 제품을 덜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 미국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기술 중독’에 대한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고객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런 기능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당장 손해가 있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캘리포니아주 교직원퇴직연금 등 애플의 주요 주주들은 애플에 편지를 보내 “어린이들의 건강에 스마트폰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iOS12는 카메라 속도가 최대 70% 더 빨라지는 등 시스템을 개선했으며, 간단한 명령어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시리 바로가기(Shortcuts)’, 나와 닮은 증강현실(AR) 이모티콘 ‘미모지(Memoji)’ 등 사용자 맞춤형 기능이 추가됐다. 개인정보 보안도 강해졌다. SNS상에서 ‘좋아요’나 ‘공유’를 누르는 게시물을 자동으로 추적하지 못하도록 ‘지능형 추적방지 기능’이 제공된다. iOS12는 현재 iOS11이 적용된 아이폰5S 이상 모든 기기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르면 올해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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