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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금리 인상 반대”, 한은에 정부 의중 담은 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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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금리 인상 반대”, 한은에 정부 의중 담은 훈수?

입력
2018.06.0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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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한국은행에 우회적으로 금리 인상 자제 신호를 보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일 KDI와 한은 등에 따르면 KDI는 최근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견실하지 못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실린 ‘현재 수준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와 비교하면 ‘현재 수준’을 ‘현재’로 보다 좁게 한정, 사실상 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주문한 셈이다. 김현욱 KDI 거시연구부장도 “지금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경기상황에 맞는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현행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어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올려도 긴축으로 볼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DI는 특히 전망보고서마다 첨부하는 ‘경제현안 분석’ 항목을 모두 통화정책 관련 보고서(2건)로 채우면서 금리 인상 반대론을 뒷받침했다. 한 건은 미국이 금리를 올려 우리나라와의 금리차가 커지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는 내용이고, 다른 한 건은 물가가 많이 오르더라도 올해 1.7%, 내년 1.8%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밑돌 것이란 게 골자다.

한은이 연말까지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KDI가 금리 인상 반대에 나선 것은 두 기관의 경기 전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KDI는 상대적으로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금리를 올려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3.0%, 내년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반면, KDI는 각각 2.9%, 2.7%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KDI 보고서에 정부 의중이 일정 부분 담겼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KDI는 직제상으론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할이지만, 현실적으론 정책용역 수행, 재정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등 기재부와 가까운 조직이기 때문이다. 실제 KDI의 주요 보고서는 발표에 앞서 기재부와 사전 협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각에 한은은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KDI 보고서는 여러 경제 연구소의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KDI는 경제 부문의 대표적 국책기관이다 보니 가볍게 여기기 힘들고, 이 때문에 KDI가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면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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