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햄버거광이다. 대선 당시 맥도널드에 들러 빅맥 2개와 생선버거 2개를 해치운 뒤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입가심으로 들이켰다. 한 끼 열량 2,420㎉. 성인 남성 하루 권장 섭취량(2,500㎉)에 육박한다. 대통령 전용기에는 햄버거, 피자, 다이어트 콜라가 늘 준비돼 있다. 트럼프가 햄버거를 찾으면 경호원이 백악관 인근 뉴욕가에 있는 맥도널드로 달려가 빅맥이나 쿼터파운더(치즈버거)를 사온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핵 협상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햄버거 애호가였다.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게 베이징 맥도널드 매장에 가서 빅맥을 사오라고 시킨 적도 있다. 그는 2000년 10월 “세계적으로 이름 난 고급 빵(맥도널드)이 있는데, 우리 식으로 생산해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빵 두 개 사이에 고기를 넣어주는 ‘고기겹빵’으로 불리는 햄버거가 고급 당학교 등에 급식으로 제공됐다. 2009년 평양 시내에는 햄버거와 치킨을 파는 ‘삼태성’이라는 싱가포르 패스트푸드점이 생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햄버거를 즐기는지는 확실치 않다.
▦ 맥도널드는 자본주의의 ‘신속’과 ‘효율’을 상징하는 가장 미국적인 음식 브랜드다. 전 세계 120개국에서 3만7,241개 매장을 운영한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서 맥도널드가 진출한 국가는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맥도널드의 상징인 노란색 M자 조형물을 빗댄 ‘갈등예방의 황금아치 이론’이다. 세계화 물결에 동참해 자유무역 체제로 편입되면 교역과 경제발전에 몰두해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자본의 상징인 맥도널드가 체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 미국 언론이 연일 맥도널드 평양점 개설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맥도널드 진출 승인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고, NBC방송은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맥도널드 진출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빅맥은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와 값도 비슷하다. 표준화, 세계화의 상징인 맥도널드의 평양 진출은 두 나라가 더 이상 적국이 아님을 의미하게 된다.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의 물꼬를 트는 햄버거 외교가 이뤄지길 기원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