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주인 종교적 신념 대해
시민권委가 중립 못 지켜” 결론
‘차별 행위’ 판단은 판결 제외
양 진영은 서로 승리 주장
미국 연방대법원이 2012년부터 6년을 끌어온 ‘동성 부부에 대한 웨딩케이크 판매 거부’ 재판에서 제과점 주인 손을 들어줬지만, 동성 부부에 웨딩케이크 판매를 거부하는 것이 차별 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양 진영이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어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4일(현지시간) 이 재판의 원고인 콜로라도주 시민권위원회가 동성 부부 찰리 크레이그와 데이비드 멀린스의 웨딩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제과점 주인 잭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에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며 피고인 필립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작성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위원회가 필립스의 진지한 신념을 노예제나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에 빗대는 등 반차별법을 집행하는 중립적 역할을 맡아야 할 기관으로서 부적절한 성향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판결에는 보수 성향 대법관 4명은 물론 스티븐 브레이어와 엘리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 2명도 동조했다. 진보성향이 가장 강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두 명만이 콜로라도 시민권위원회에 동조했다.
그러나 케네디 대법관은 이 판결이 다른 재판으로 확대 적용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종교ㆍ철학적 신념에 대한 보호가 기업주나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판결 효력을 해당 사건으로 제한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양 진영은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필립스는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에 감사를 표하며 “자신들의 자유를 원한다면 결혼의 의미 같은 중요한 것에 대해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크레이그와 멀린스 부부를 대변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제임스 에섹스 변호사는 케네디 대법관의 동성 권리를 지지하는 판결문 서두를 강조하며 “제과점이 전투에서 이겼을지는 모르지만 전쟁에서는 졌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재판 결과가 향후 재판에 확실한 지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렐 레빈 조지아대 법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하급 법원들은 기록상 정부 기관들이 두드러진 편견을 보였을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판결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어지는 유사 재판의 결과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현지시간으로 7일 웨딩케이크 재판과 유사한, 동성 결혼식에 꽃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기소된 플로리스트 배러넬 스터츠먼 사건에 대한 재판 여부를 결정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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