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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옆에 사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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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옆에 사는 죄?

입력
2018.06.0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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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공원~고속터미널 통행로 변질

먹다 남은 음식물 몰래 버리거나

단지 내서 술판 시민의식 실종

주차비 안 내려 외부차량 얌체주차

정작 주민들은 공간부족 불편 호소

“차량용 차단기라도 설치해달라”

구청, 도로점용 문제 들어 난색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반포동 신반포2차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반포한강공원을 찾아 온 시민들의 차량으로 3일 오후 꽉 차 있다. 강진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반포동 신반포2차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반포한강공원을 찾아 온 시민들의 차량으로 3일 오후 꽉 차 있다. 강진구 기자

“쓰레기만 하루에 100ℓ 봉투로 한 개 반이 나와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차아파트 뒤편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경비원 박래춘(58)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아파트단지 1,527세대가 한 달에 내놓는 일반쓰레기가 100ℓ 봉투 100개인 걸 감안하면, 반포한강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아파트 주변에 무단으로 버린 하루치 쓰레기는 23가구의 한 달치 쓰레기 분량에 해당하는 셈이다. 박씨는 “하루 두 번씩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모두 나와 쓰레기를 줍고 있다”라며 “닭뼈가 들어있는 치킨 박스부터 다 마시지 않은 맥주캔까지 섞여있어 분리수거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반포동 아파트 단지 중 유독 신반포2차가 한강공원을 찾는 행락객과 차량 탓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단지 입구에 차량용 차단기라도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한강공원 쓰레기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일요일이던 3일 저녁 이곳 통행로는 한강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으로 가려는 시민들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행락객들이 한강공원에서 채 먹지 못한 음식을 가지고 다니다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가 인도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 왔다는 김모(27)씨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이곳을 지나가는 게 가장 빠르다고 나왔다, 막상 와보니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무단 주차 문제도 심각하다. 같은 날 오후부터 이곳은 이중삼중 겹겹이 세워진 외부 차량으로 꽉 막혀버렸다. 한강공원 주차장에는 공간이 모자랄뿐더러 주차 비용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공원과 바로 연결되는 보행로가 뚫린 아파트 단지에 얌체 주차를 하는 것이다. 경비원에게 단속되는 차량만 하루 40~50대에 달해 간혹 무단주차경고스티커가 모자랄 정도다. 아파트 단지 길가에 ‘불법 무단 주차 차량에는 타이어에 족쇄까지 채우겠다’는 경고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보다 못한 일부 주민이 걸어둔 것이다. 한 주민은 “주말에는 주차 공간이 없어 차를 가지고 나갔다 올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반포한강공원~고속터미널 가는길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반포한강공원~고속터미널 가는길 김경진기자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이 개장한 2014년 10월 이후부터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 주말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극심해진다. 이곳 동 대표 박성훈(65)씨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벚나무 밑에서 벌이던 술판을 적발한 건수만 최근 세 차례라며 “행락객들이 다니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쓰레기 무단 투기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 차량용 차단기를 설치해 외부 차량 출입만이라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도로점용 문제가 있다며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차단기가 설치되면 한강공원 출입구로 향하는 통로가 막혀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의한 뒤 그 결과를 아파트 주민에게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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