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하워드 슐츠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슐츠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26일자로 스타벅스 회장직과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슐츠는 명예회장직은 유지한다.
미국의 대표적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이런 얼먼이 슐츠의 뒤를 이을 회장으로, 투자사 아리얼 인베스트먼트의 멜로디 홉슨 사장이 부회장으로 각각 지명됐다.
슐츠는 지난해 케빈 존슨 현 CEO에게 자리를 넘겨 주고 물러나 회장직을 맡기 전까지 약 30년간 독특한 경영 철학과 전략을 통해 11개이던 점포를 세계 77개국 2만8,000여개로 확장한 경영 혁신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다. 1982년 스타벅스 마케팅 총괄 책임자로 입사해 1987년부터 2000년까지 CEO를 지낸 뒤 물러났다가 2008년 다시 CEO로 돌아와 브랜드 가치와 커피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슐츠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타벅스는 수백만명이 커피를 마시는 방식을 바꿨다. 이것은 진실”이라며 “그뿐 아니라 우리는 전 세계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의 삶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슐츠의 퇴임은 ‘커피 황제’의 은퇴라는 점과 함께 그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대통령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슐츠 회장은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뉴욕타임스(NYT)의 질문에 “미래에 대한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선사업부터 공직까지 다양한 옵션”을 거론하며 정계 진출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그는 또 “국내 분열 심화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 문제 등 우리나라에 대해 한동안 심히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NYT는 슐츠 회장이 지난달 퇴임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4월 필라델피아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인종 차별 논란이 일면서 계획을 바꿨다고 전했다. 슐츠 회장은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직접 나서 사과하고 음료를 안 사도 매장에 앉아있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인종 차별 예방 교육을 위해 하루 동안 미국 내 직영매장 8,000여곳의 문을 닫았다.
그는 다음날 CNN 인터뷰에서는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행동과 언어가 사람들에게 그걸 그대로 따라 해도 된다는 면허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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