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일대에 차량 진입 등 제한
카펠라ㆍ풀러턴 호텔은 지정 안 해
북미 정상 숙박하며 회담 가능성
싱가포르 정부가 샹그릴라 호텔을 포함한 주변 일대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특별행사구역’로 지정했다. 샹그릴라 호텔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은 4일 “싱가포르 정부가 공공질서법에 따라 샹그릴라 호텔 주변 탕린 권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사실을 특별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특별행사구역에는 외부인과 차량 진입이 제한되며 출입 시 소지품 검사와 신체 수색 등을 받아야 한다.
특별공지에 따르면 이 구역에는 유독ㆍ유해 물질, 공격용으로 사용 가능한 일체의 물품, 확성기, 1m 이상 국기와 플래카드, 막대, 낙서에 사용될 수 있는 페인트, 허가 받지 않는 방송 장비, 원격 비행물체와 관련한 품목과 장비의 반입이 일절 금지된다.
회담장 후보지와 양 정상 숙소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과 싱가포르강 하구의 풀러턴 호텔은 특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특별구역 지정을 추가로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샹그릴라 호텔에 함께 숙박하며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제회의 유치 경험이 풍부하고 경호와 보안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으로부터 가장 유력한 회담장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됐다. 매년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며 지난 1∼3일에도 17차 회의가 열렸다. 2015년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싱가포르 본섬의 부촌 한복판에 있는 이 호텔은 전 세계 95개 호텔ㆍ리조트를 보유한 다국적 호텔 기업 '샹그릴라 호텔스 앤드 리조트'가 1971년 4월에 문을 연 첫 번째 호텔이다. 74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뒤로 조성된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식물들로 조성된 정원과 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다수의 연회장, 정상급 인사의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348㎡ 크기의 최고급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호텔 정원에 난 오솔길 옆으로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피어 있고, 오솔길 끝에는 ‘오키드 그린하우스(난초 오두막)’로 명명된 목조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길지는 않지만 이 길을 양 정상이 산책하고, 잠깐 쉬어갈 수 있다. 내부는 세계 각국에서 온 30여종의 난(蘭)으로 장식돼 있으며, 어른 4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 끌고 있는 장소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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