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갑질·폭언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범죄 혐의 일부 사실관계 및 법리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또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으며,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이사장은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지만, 경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 이사장은 심경 등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들께 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심사장에 들어섰다. 12시간여 만에 끝난 심사에서 이 이사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이 이사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운전자폭행), 특수폭행, 상습폭행, 상해, 특수상해, 업무방해, 모욕까지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8일과 30일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같은 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금까지 170여명의 참고인을 조사해 이 이사장의 위법 행위를 파악해 온 경찰은 11명의 피해자를 확보, 이들에게 저지른 24건의 범행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이사장에 적용한 7개 혐의 가운데 특수상해, 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경비원에게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지가위 등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량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 다리를 걷어차 전치 2주 부상을 입히는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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