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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보기] 기금고갈론 단속 나선 국민연금

입력
2018.06.0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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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정계산 결과 발표 앞두고

이사장까지 출동, 기자단 설명회

“선진국보다 건전” “국가가 보증”

소진에 중점 두지 말라 신신당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금이 소진된다고 연금을 못 받는다는 건 오해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자단 설명회’에서 연금당국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몇 번이나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날 설명회는 오는 8월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연금 제도와 재정계산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마련한 자리였는데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기금이 몇 년도에 소진된다는 것이 재정계산의 핵심이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 상태는 선진국보다 건전하다.’ ‘기금이 없다고 연금을 못 받는다는 건 오해이며, 국가가 반드시 지급한다.’ 이날 당국자들이 반복한 메시지입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세대 간 도둑질’ 같은 격한 표현(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쓰면서 국민연금 공포 마케팅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복지부 관계자)는 반성도 했습니다.

재정계산 결과 기사를 쓸 때 기금 소진(고갈)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신신당부한 건데요. 2003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된 1~3차 재정계산 결과 발표 때마다 매번 ‘국민연금 기금 20XX년도 고갈 예상’과 같은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뚝뚝 떨어뜨리는 기사 제목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 만큼 선제 조치에 나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재정계산에서는 출산율,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 기금 소진 시기에 영향을 주는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진 시점이 3차 발표 때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습니다. 3차 재정추계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지금과 같은 저출산과 보험료율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 연금 소진 시점이 3차 때 전망했던 2060년보다 5년 빨라진 2055년이 될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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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공포심 자극 문제지만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 해야겠죠

물론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식의 보도로 가입자의 공포심을 자극하지 말아 달라는 당국의 요청에는 귀담아들을 만한 점이 있습니다. 기금이 고갈된다 해도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그들에게 걷은 보험료를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영국, 독일, 핀란드 등은 우리처럼 기금을 600조원씩 쌓아두는 ‘적립식’ 대신, 그해 걷은 보험료를 그 해 연금 재원으로 쓰는 ‘부과식’을 실제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들에게 마음 놓으라고만 할 수는 없겠죠.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기금이라는 완충 장치가 없어 청장년층이 고령층 연금을 직접 책임져야 하고, 결국 보험료율이 대폭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이 유지된 채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수십 년 뒤 기금 소진 시점 직후엔 보험료율이 20% 후반대로 갑자기 뛸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날 설명회에서 연금당국은 예상되는 기금 소진 시점이나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등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기금 소진을 두고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낙관론으로 당면한 문제를 후대에 떠넘겨서도 안 될 겁니다. 8월 재정계산 결과 발표 때 국민연금 소진 시점 추계와 근거, 제도 개선 방안 등이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발표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공포감과 불신이 통제되긴 어려울 겁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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