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요구 수위 낮추지 않고
구체적 합의 도출할 시간도 부족
“1차 때 종전선언 등 북에 신뢰감
2차 회담서 실질적 성과 낼 수도”
트럼프 메시지 본 김정은 결단 땐
정상간 담판, 비핵화 도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조치 결단을 촉구하면서 협상 장기화 국면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미 적대관계 해소 의지를 보인 데 대해 김 위원장이 화답할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결단 여부에 따라 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방향의 원칙만 확인하는 상견례 수준의 회담이 될지,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회담이 될지 결정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취하긴 했으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 수위를 낮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12일에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자신의 요구에 미흡한 합의문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다. 실제 판문점에서 북미간 실무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간 줄다리기는 거듭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판문점 채널을 통해 여전히 강력한 수위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미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6ㆍ12 정상회담에서 어설픈 합의문을 내기보다는 2차 정상회담으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과정’이라고 한 것도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일부 수용한 측면도 있지만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장기전의 의미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협상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로마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과정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매우 현실적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매우 엄격하고 강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일 때만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며 “협상에 이르는 길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단기간에 실질적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며 “1차 회담 이후의 실무 협상과 2차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6ㆍ12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윤곽을 잡는 선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2차 정상회담이 평양 또는 워싱턴에서 열려 실질 성과를 도출하는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6ㆍ12 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나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협상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북한은 9월9일 정권 수립 70주년, 미국은 11월 중간 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6ㆍ12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이 4일 평양으로 돌아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보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를 받고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6ㆍ12 정상회담 당일 양 정상간 담판 자리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도 있는 셈으로, 그야말로 정상회담이 사전 시나리오 없는 담판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수주나 수개월간 (김 위원장의 결단을)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차가 안 되면, 2차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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