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 북미회담 주도권 노린 듯”
북한이 돌연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미국을 자극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이나 시리아 공습을 명령할 정도로 아사드 대통령을 혐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하는 인물을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회담에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행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하고 있는 러시아마저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공개하는 등 북한의 외교 보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NYT는 3일(현지시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 내용을 전한 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의 반응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아사드 대통령이 문정남 신임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에게 신임장을 전달받은 자리에서 ‘조선(북한)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선대 지도자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끈끈한 관계를 재확인하며 김 위원장에게 ‘통일 과업을 달성하라’는 덕담까지 내놨다.
시리아는 북한으로부터 화학무기 및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은 나라로 꼽히는 등 쿠바와 함께 반미 전선을 구축해온 핵심 국가다.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은 올해 2월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커넥션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게다가 2015년 1월 김일성 이름을 딴 공원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조성될 정도로 양국은 최근까지 끈끈한 교류협력을 이어왔다.
여기에 러시아마저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지난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 도중 정상회담 시점과 장소를 제안했다”라며 “김 위원장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브로프 장관의 평양 방문에도 “좋지 않았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북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북한이 다가올 회담에서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우정엽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이 회담 취소를 결정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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