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효과가 크다” 분위기 속
“교통혼잡 등 불편” 목소리도
일각선 “12일, 임시공휴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국인 싱가포르가 숙박비 등 북한 대표단의 회담 비용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밝히자, 싱가포르 민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4일 싱가포르종합예술대(SOTA)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마리암(31)씨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당사국으로 참여하지 않는 3국간 행사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박비를 부담할 수 있지만 북한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며 북한 측 비용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으며, 이런 내용이 논란이 일자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역사적 만남에서 우리가 작은 역할을 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오후 대통령궁 경비 교대식 행사장에서 만난 한 현지 경찰도 “싱가포르는 중립국이다. 그게 훼손되지 않겠느냐”며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싱가포르의 회담 지원이 미국보다는 북한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목소리는 서민층에서 더욱 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택시 기사도 “그 행사 때문에 우리가 겪는 불편과 고통이 얼마인데 오히려 더 큰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랩 전업 기사로 뛰고 있는 한 40대 가장도 “샹그릴라 행사 하나 때문에도 멀리 우회해야 했는데, 북미 정상 숙소, 회담장 등 모두 세 군데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그날 운전대를 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회담 전후 불가피한 교통 혼잡 등과 관련 싱가포르 일각에서는 1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5일이 싱가포르 무슬림들의 라마단 종료일이자 최대 명절(이드 알 피르트)로 공휴일인 만큼 추가 휴일 지정 가능성은 대단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목소리 속에서도 싱가포르 정부의 회담 비용 부담 방침이 옳다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현지 PR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나라가 작아서 올림픽, 월드컵 개최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이런 회담 개최는 효과가 크다. 요청이 있으면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센룽 총리도 앞서 성공적인 행사 준비를 약속한 만큼 싱가포르 정부의 경비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KOTRA 관계자는 “대형회의, 관광, 전시회 등 마이스(MICE)산업을 국가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나라”라며 “이번 회담은 그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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