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대거 유입된 북부권
천안ㆍ아산 인구가 절반 차지
“촛불 이후 한국당 좋게 안 봐
공약도 비슷해 여당 후보 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겁니다.”
4일 아산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부터 기초의원까지 모두 여당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지사 시장후보 공약이 여야 구분 없이 비슷하다”며 “공약이 차별화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여당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과 아산은 농촌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충남에서 가장 도시화한 곳이다. 인구 218만명 가운데 44%가 거주하고 있다. 인접한 당진의 인구를 더하면 절반을 훌쩍 넘긴다. 그 동안 이 지역은 선거 때마다 여야가 전력을 기울였으나 표심은 적절하게 배분돼 보수와 진보진영 어느 한곳에 치우치는 ‘몰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수년 전부터 천안과 아산, 당진에는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민주당 지지도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양승조 후보와 한국당 이인제 후보는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시차를 달리해 유세를 펼쳤다.
유세장에서 만난 아산 유권자 대부분이 민주당을 지지했다.
장모(52)씨는 “누구의 공약이 좋은가 보다 누가 약속을 잘 지킬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며 “촛불혁명 이후 주변에서는 한국당을 좋게 보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나도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 이모(49)씨는 “인접한 천안 출신 양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며 “이인제 후보는 ‘옛날 사람’ ‘철새 정치인’ 이미지가 강해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다는 정모(52)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와 6선 국회의원 출신의 이 후보가 경륜에서 앞선다”며 “안희정 전 지사가 실망을 안긴 도민에게 경륜을 바탕으로 한 도정을 펼쳐 새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가 내리 4선 국회의원을 한 고향 천안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는 더욱 컸다.
천안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모(56)씨는 “예전에는 선거철 손님들의 정치민심은 반반이었는데 지금은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양 후보가 천안사람이라 그런지 지금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48)씨는 “한국당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이 후보가 당적을 많이 옮겨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차모(70)씨는 “이인제 후보가 6선 국회의원을 괜히 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가 불사조를 말하는 별명 ‘피닉제’를 얻은 것은 이유가 있고 한국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정치판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 아산은 ‘미투운동’과 관련, 안 전 지사에 대한 반감도 남부지역에 비해 약했다.
민주당 경선 초반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의혹,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륜설로 한때 지지율이 출렁였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세가 내리막을 타자 한국당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높고 남북회담에 이은 북미회담까지 예정되면서 ‘미투운동’은 선거이슈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장모씨는 “안 전지사가 도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지만 크게 영향이 없을 것” 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미투운동 이전으로 되돌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후보 측은 지지율 격차가 20%에 이른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양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원하자는 심리와 양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가 결합돼 표가 몰리고 있다”며 “구들처럼 서서히 달아오른 민주당바람이 선거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전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의혹, 박수현 전 대변인의 중도하차, 천안시장 후보의 뇌물수수혐의 기소 등으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며 “천안 아산에서 지지를 끌어올리고 남부지역에서 표를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천안ㆍ아산= 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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