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두 포스텍 교수팀 연구
GMO 우려 없이 생산성 높여
체관 유전자 우리말 ‘줄기’ 명명
국내 연구진이 양분이동통로(체관) 개수를 늘려 식물의 생산성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일부를 비활성화하는 최신 기술(유전자 가위)을 적용하면 유전자 조작 없이 식물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황일두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체관 생성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해당 유전자에 우리말인 ‘줄기’란 이름을 붙였다고 4일 밝혔다. 체관은 광합성을 통해 잎에서 만들어진 양분이 줄기, 뿌리 등으로 이동하는 통로다.
황 교수는 “대표적인 관다발식물인 애기장대의 줄기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체관 수가 크게 늘면서 애기장대 씨앗의 개수가 40% 증가했다”며 “체내의 양분 수송 능력 향상이 식물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단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관의 수가 많아져 더 많은 양분이 이동하게 됐고, 그로 인해 최종 산물인 씨앗 수 역시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식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다수 연구는 식물의 광합성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에 발행된 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 6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특히 줄기 유전자가 사과ㆍ배ㆍ토마토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식물이 속하는 관다발 식물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인류의 식생활과 밀접한 식물의 생산성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담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담배 씨앗이 20~30% 더 많이 생산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조현섭 박사과정생은 “줄기 유전자는 식물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할 목적으로 진화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합성된 양분을 모두 씨앗이나 열매로 만들면 극심한 가뭄 등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기 어려우니, 체관 생성을 억제해 양분을 체내에 저장해두는 식으로 줄기 유전자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줄기 유전자를 억제하면 식물의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며 “외부 유전자를 식물에 넣는 것(유전자 조작)도 아니어서 유전자변형작물(GMO)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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