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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속 양분 통로 늘리기 성공… 씨앗 4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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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속 양분 통로 늘리기 성공… 씨앗 40% 늘었다

입력
2018.06.04 1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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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두 포스텍 교수팀 연구

GMO 우려 없이 생산성 높여

체관 유전자 우리말 ‘줄기’ 명명

체관 생성을 막는 ‘줄기 유전자’를 억제한 담배(오른쪽)에선 체관(파란 부분) 수가 그렇지 않은 담배(왼쪽)보다 크게 증가했다. 포스텍 제공
체관 생성을 막는 ‘줄기 유전자’를 억제한 담배(오른쪽)에선 체관(파란 부분) 수가 그렇지 않은 담배(왼쪽)보다 크게 증가했다. 포스텍 제공

국내 연구진이 양분이동통로(체관) 개수를 늘려 식물의 생산성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일부를 비활성화하는 최신 기술(유전자 가위)을 적용하면 유전자 조작 없이 식물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황일두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체관 생성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해당 유전자에 우리말인 ‘줄기’란 이름을 붙였다고 4일 밝혔다. 체관은 광합성을 통해 잎에서 만들어진 양분이 줄기, 뿌리 등으로 이동하는 통로다.

황 교수는 “대표적인 관다발식물인 애기장대의 줄기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체관 수가 크게 늘면서 애기장대 씨앗의 개수가 40% 증가했다”며 “체내의 양분 수송 능력 향상이 식물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단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관의 수가 많아져 더 많은 양분이 이동하게 됐고, 그로 인해 최종 산물인 씨앗 수 역시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식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다수 연구는 식물의 광합성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에 발행된 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 6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특히 줄기 유전자가 사과ㆍ배ㆍ토마토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식물이 속하는 관다발 식물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인류의 식생활과 밀접한 식물의 생산성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담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담배 씨앗이 20~30% 더 많이 생산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조현섭 박사과정생은 “줄기 유전자는 식물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할 목적으로 진화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합성된 양분을 모두 씨앗이나 열매로 만들면 극심한 가뭄 등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기 어려우니, 체관 생성을 억제해 양분을 체내에 저장해두는 식으로 줄기 유전자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줄기 유전자를 억제하면 식물의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며 “외부 유전자를 식물에 넣는 것(유전자 조작)도 아니어서 유전자변형작물(GMO)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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