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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핫플레이스 ‘황리단길’ 이의 있다구요?

입력
2018.06.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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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역사ㆍ정체성 훼손” 반론 꿈틀

“예명 같은 것… 논란 이해 안 돼”

한옥과 루프탑 카페가 조화를 이루며 젊은층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황리단길. 독자제공
한옥과 루프탑 카페가 조화를 이루며 젊은층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황리단길. 독자제공

천년 고도 경주의 새로운 명소 ‘황리단길’이 때아닌 지명 논란에 휩싸였다.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입장이 대세인 가운데 일각에선 경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리단길은 경주시 구도심인 황남동 내남네거리에서 남쪽 첨성로까지 약 700여m 구간의 왕복 2차로 도로를 일컫는 비공식 가로 명칭이다. 가로 양쪽은 물론 골목길 구석구석에 각종 프랜차이즈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기념품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모방해 대구 대봉동 봉리단길이 생긴 것처럼 황남동의 황을 붙여 황리단길로 불리고 있다.

2, 3년 전부터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개인블로그는 물론 언론에서도 ‘황리단길’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다. 지역 기관단체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서도 ‘포석로’라는 공식 가로 명칭 대신 황리단길을 사용할 정도다. 입점 상인이나 주민들도 침체한 도심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생각에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하는 경주 지역 23개 읍ㆍ면ㆍ동 ‘친절한 경자씨 행복한 경주 만들기’ 주민제안 공모사업에선 ‘경주의 경리단길-황리단길 사람들’이란 사업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황리단길에는 전국의 맛집이란 맛집은 다 모여 있을 정도이고,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대릉원과 첨성대 등 각종 역사문화유적지가 널려 있는 점이 유명세의 원천이라는 분석이다.

황리단길이란 명칭이 기정사실화하자 일각에선 지역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황리단길로 불리는 도로의 공식 도로명 주소는 포석로로, 조선시대 경주부성의 남문길이었고, 그 앞길은 봉황각 성덕대왕신종 때문에 종로로 불렸다”며 “황남동을 거쳐 내남, 언양, 양산, 부산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도로인 만큼 황남동이라는 지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황리단길이라는 용어 자체가 상업성이 강한 것으로, 경주의 역사문화도시 이미지와 걸맞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의 한 원로 향토학자는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 보호 때문에 슬럼화한 황남동이 주민들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살아나면서 ‘황리단길’이라는 애칭을 얻었는데 굳이 문제삼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황리단길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경주의 역사가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닌 만큼 연예인들의 예명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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